• 찻그릇 안전하게 관리하기
  • 찻그릇 왜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가

    오래된 옛 도자기는 보통 유적지나 무덤의 부장품으로 출토된 출토품이거나 아니면 대를 이어 사용되며 소중하게 집안에 전래된 전세품 중에 하나입니다. 같은 종류의 동일한 도자기가 있을 때 출토품보다는 전세품이 골동적 가치로 판단할 때도 더 높이 평가되며 가격 또한 고가로 칩니다. 전세품이 출토품에 비해 귀하게 인정받는 이유는 오랜 세월동안 사용되며 전해오면서도 파손과 흠집없이 후대까지 잘 보존되었다는 점에서 행운의 가치가 있고 또 그것을 다루었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만들어 낸 세월의 분위기가 도자기 가운데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다기(茶器) 또한 출토품에 비해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전세품이 의미와 가치를 지닌 더 훌륭한 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기는 쓰면서 완성되는 생활미술품이라는 점에서 여니 도자기에 비해 전세품의 미덕과 소중함의 가치가 더 많이 배어 있는 그릇입니다. 다인(茶人)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던 다기가 훗날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입과 눈을 즐겁게 해주고 그의 손에서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다기는 자신의 것이면서 또 다른 다인의 것임을 잊지 않고 주의하며 섬세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다기는 다인들의 손과 가슴과 무릎 위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는 다정한 친구이자 사람에 따라서는 엄격한 도반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행다(行茶 - 차를 내는 일)가 양 손을 벌릴 만큼의 공간에서 인체의 동선(動線)이 그려내는 선(線)의 미학이라고 한다면 이 때 다인이 자신의 차의 세계를 펼쳐서 표현하는데 사용되는 다기는 신성한 그릇이 되어 소중하게 취급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찻일에 사용한 다기는 행다가 끝난 다음 깨끗이 씻어 마무리하고 처음같이 청결하게 정리해 두는 일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인들은 사용하면서 자신과 함께 늙어가는 다기가 언젠가 다음 세대의 훌륭한 다인의 손에 넘어가 귀하게 사용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찻그릇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것은 인성수련의 하나다

    차를 마시는데 쓰이는 찻그릇은 차문화의 중심이 됩니다. 해방전 우리 그릇의 이름에 관한 글을 써서 책을 펴낸 아사키와 다쿠미가란 일본인이 있습니다. 그가 쓴「조선 도자명고」에는 찻그릇을 다루는 다인들의 마음에 새겨야 할 다음과 같은 좋은 글이 있습니다.

    “부서지기 쉬운 물건을 정성스럽게 다루는 것은 옛날 사람들이 지닌 미덕이며, 다인들은 그런 수양이 가장 잘된 사람들이다. 깨지기 쉬운 것을 정성스럽게 애용하는 훈련에는 도자기가 가장 적절한 재료이다. 깨지기 쉬운 것을 애용하는 사람에게는 사려, 관용, 너그러움 등의 덕이 자란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다인에 있어서 깨지기 쉬운 찻그릇을 소중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인성을 수련하는 하나의 수행 방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안전한 찻그릇 관리

    찻그릇은 오랫동안 소중하게 사용하다 보면 애정이 깃드는 기물이지만 도자기는 만들어지는 순간 깨어질 운명도 동시에 갖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그 운명은 쓰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으므로 평소에 안전한 사용방법을 몸에 익혀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귀한 찻그릇을 온전한 상태로 후대까지 남겨주기 위해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알아봅니다. 다음에 설명하는 다기관리는 특정한 행다를 시연할 때의 다기 다루는 방법이나 자세와는 무관한, 일상에서 안전하게 찻그릇을 다루는 일반 요령이라는 점을 유의하셨으면 합니다.

    • 옮길 때
    한 벌로 구성된 잎차 다기를 옮길 때는 다기를 다반 위에 놓아 가슴 앞으로 들고 옮기도록 합니다. 찻사발 경우는 오히려 다반을 사용하지 않고 한 손으로 밑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감싸 쥔 다음 가슴 앞으로 들고 옮기는 것이 더 안전할 때가 많습니다. 찻사발은 형태적으로 작고 높은 굽에 비해 키가 크기 때문에 다반의 수평이 기울면 넘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다기를 가슴 앞에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장애물에 부딪쳐 깨뜨리는 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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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사발을 들고 이동할 때는 양손으로 사발을 감싸고 약지로는 굽을 받친 다음 가슴앞으로 들고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 높은 진열 선반에서 서서 꺼낼 때
    선반의 높이에 따라 찻사발을 잡는 법이 다릅니다. 가슴 이상 높은 선반에 놓여 있는 찻사발을 서있는 상태에서 꺼낼 경우 오른 손의 검지(둘째), 중지(셋째), 무명지(넷째)를 사발 안에 깊게 넣고 엄지와 약지는 사발 겉으로 내놓아 잡고 선반에서 들어낸 다음, 왼 손으로 밑을 받쳐들고 가슴 앞으로 가져옵니다. 다음 양 손바닥으로 사발을 감싸고 약지로는 굽 술을 받쳐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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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사발을 가슴 이상 높은 선반에서 꺼내 잡을 때는 세 손가락을 사발 안으로 넣고 엄지와 약지는 사발 몸통을 지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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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사발을 꺼낸 다음 왼손바닥에 올려 받쳐서 가슴 앞으로 가져온다.

    • 낮은 찻장에 있는 사발을 꺼낼 때
    낮은 찻장에 있는 사발을 꺼낼 때는 끓어 않아 두 손으로 사발을 감싼 다음 양손의 약지로 굽 술을 받쳐 가슴 앞으로 가져온 후 이동합니다.

    다관은 놓여 있는 위치에 관계없이 오른손 검지로 뚜껑을 누르고 손잡이를 잡아 쥔 다음 왼손으로 밑을 바쳐 가슴 앞으로 가져와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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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찻장이나 선반에서 꺼낼 때 무릎을 끓고 양손으로 찻사발을 감싼후 약지로 굽술을 받쳐들고 가슴 앞으로 가져온다.

    • 찻자리에서 찻사발이나 찻잔을 들거나 놓을 때
    찻상이나 다포를 깐 바닥에서 찻사발을 들 때는 엄지를 붙이고 두 손으로 감싸 안습니다. 이때 살짝 들어올리면서 양손의 약지(새끼손가락)로 굽 술을 받쳐 가슴 밑으로 가져옵니다. 차를 마신 후 놓을 때도 약지를 먼저 바닥에 댄 다음 가볍게 약지를 빼면서 바닥에 놓고 사발에서 손을 땝니다. 찻잔은 보통 오른손으로 드는데 이때도 들어올리면서 약지로 굽 술을 받쳐 가슴 밑으로 가져와서 왼손 끝으로 받치고 마십니다. 마신 잔을 찻잔 받침 위에 놓을 때도 오른손으로 잔을 쥐고 약지로 굽을 받친 상태로 찻잔 받침에 놓고 살며시 약지를 뺀 다음 찻잔에서 손을 뺍니다. 이같은 동작이 몸에 배면 놓을 때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찻그릇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다루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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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사발을 들어올릴 때는 양손 바닥으로 사발을 감싼 후 약지로 굽술을 받친다. 찻잔은 한 손으로 잡아든 후 약지로 굽술을 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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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관을 감상하거나 이동할 때는 위치에 관계없이 오른손 검지로 반드시 뚜껑을 누르고 손잡이를 잡아 쥔 다음 왼손으로 밑을 받쳐 가슴으로 가져온다.

    • 찻그릇을 씻을 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이 잠을 덜 깬 상태에서 찻그릇을 옮기거나 씻는 일은 실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찻그릇은 대부분 약간의 흡수성이 있으므로 주방용 세제로 씻으면 찻그릇 몸 안으로 세제 성분이 스며 들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세제 대신 약간의 소다를 풀어놓은 물에 찻그릇을 한두 시간쯤 담근 다음 맑은 물에 잘 헹구어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또 차 찌꺼기를 오래 두어 찻그릇에 생긴 갈색 자국은 붕사나 소금으로 닦아주면 없어집니다. 찻그릇은 번거롭지만 가끔 삶아서 사용하는 것이 위생적이고 좋은 차향을 머금는 그릇이 됩니다.

    • 사용 후 찻그릇 관리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골동 찻사발 같은 귀중한 것은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다음 오동상자에 보관하는 것이 제일 안전합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찻사발은 찻장에 보관해도 괜찮습니다. 앞에서 살핀 데로 다만 꺼내고, 옮기고, 다룰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잎차를 우려 낸 다관은 찌꺼기를 꺼내고 속을 깨끗이 비웁니다. 다음 뜨거운 물로 다관 안을 행궈 물을 버리고 뚜껑을 반쯤 열리도록 다관 운두(입전)에 걸쳐놓아 속을 말립니다. 찻잔이나 찻사발을 사용하다보면 위쪽으로만 차심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몸속에 스민 찻물이 모세관 현상에 따라 수분이 증발하는 위쪽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씻은 잔이나 찻사발을 엎어서 말리면 이런 현상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헹군 물을 퇴수기에 버릴 때는 옆 손잡이 다관 경우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몸통 옆이나 굽 위를 살짝 데며 앞쪽으로 향해 돌려서 버립니다. 뒷손잡이 다관은 손잡이 고리에 오른손 검지를 넣고 왼손으로 물대 밑을 가볍게 잡고 뒤쪽 방향으로 돌려버립니다. 때에 따라 왼손으로 굽을 가볍게 댄 채 왼쪽 그림의 방법으로 버립니다. 찻잔은 사람들의 입술이 닿는 그릇이므로 한번 사용한 것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거나 삶는 것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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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손잡이 다관은 손잡이 고리에 오른손 검지를 넣고 왼손으로 물대 밑을 가볍게 잡고 뒤쪽 방향으로 돌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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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손잡이 다관은 때에 따라 왼손으로 굽을 가볍게 댄 채 위의 방법으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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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손잡이 다관은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몸통 옆에 살짝 데며 앞쪽으로 향해 돌려서 버린다.

    • 차심이 심하여 불결하게 보일 때
    차심이 적당히 든 찻그릇은 고풍스럽고 운치를 더 하지만 그릇에 따라 차심이 불결하게 보일 만큼 심하게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차심을 제거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차심을 제거하는 인체에 무해한 약품으로는 옥시풀(oxyful)이 있으며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옥시풀에 다기를 담가두면 차심만 제거되고 다기의 색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 때 담가두는 시간에 따라 차심 농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옥시풀은 과산화수소의 상품명으로 무색의 액체로 산화작용이 강하여 쉽게 분해하고 산소를 발생시킵니다. 소독제로 치과나 외과 등에서 사용하고 일부 식품의 표백, 모발 탈색에도 쓰입니다.

    깨진 찻그릇 살려 쓰기

    고가의 수리비용을 들일만큼 애정이 안가는 깨진 찻사발이나 다관은 값싸고 손쉬운 에폭시로 직접 수리해서 찻그릇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에폭시 중에는 흰색과 검은색 등이 있는데 검은색 에폭시를 사용하면 모자이크처럼 깨진 자국이 선명히 드러나 의도적 장식성이 엿보이는 멋진 그릇으로 변신합니다. 먼저 깨진 일반 그릇 한 두개쯤 수리해보면 요령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리한 사발은 물을 채워 작은 물풀 등을 기를 수 있고 작은 다관은 꽃꽂이 그릇이나 모래를 채워 향꽂이로 이용하면 독특하고 운치있는 그릇이 됩니다.

茶문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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