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급히 북녘 어린이를 도웁시다
  • 우선 살려야 할 북녘 어린이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제기구 인사들의 보고나 세계 유명 일간지 및 주간지의 보도들은 이북의 기아상태가 실로 심각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는 긴급 구조들 요하는 위기 상항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4-7일 북한을 다녀온 유니세프의 캐를 밸라미 총재외 말에 의하면 북한 어린이의 34%인 80만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중 8만명이 아사의 위기에 처하여 있다고 합니다. 독일신문은 북한에서 매달 1만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는 등 지금까지 최소한 50만명이 기아 또는 영양부족에 의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9월 17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유엔 영양 전문가 5명이 8월부터 북한의 4개도에서 4천여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7%가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세계식량계획 (WFP)이 9월 19일 발표하였으며 캐서린 버티니 사무국장은 “적절한 지원이 없으면 이번 겨울에 사망자가 대거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모두가 다 심각한 이야기 뿐입니다. 지금 이 지구상 어느곳에 한 민족끼리 남이 그어놓은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비만아가 받아서 걱정을 하고 한쪽에서는 어린이가 집단적으로 굶어 죽어가고 있는 곳이 있겠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여론과 관심을 모아 대대적인 지원을 받았던 아프리카의 상황도 지금 북한이 당하고 있는 참담한 상황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눈이 움푹 들어가고 뼈와 가죽만 남아 늙은이 같은 얼굴을 하고 먹을 것을 찾다가 기진맥진하여 죽어가고 있는 그 어린 생명들, 영양실조와 탈수증으로 눈물도 말라 버린 상태로 서로 껴안고 죽어있는 남매의 이야기, 그들은 누구입니까? 우리들과 한 피를 받은 자녀요, 손자벌이 되는 동족이 아니였습니까?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들에게 무슨 사상이나 주의가 있습니까?

    이제는 일인당 GNP가 만불을 넘어섰고 영아 사망률도 10이하로 떨어져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하는 우리 남한이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 지구상의 누가 도울 것입니까? 온 겨례가 그리고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어린이가 다 죽고 난 후에 도와준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영양실조로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이 생기고 난 후에 도와준들 무슨 효혐이 있겠습니까. 무조건 북한 어린이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무엇을 도와줄 것입니까?

    유니세프의 밸라미 총재는 “식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병원에는 의약품이 다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겨울까지 개선되지 않는다면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선 식량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일반 식량은 물론 분유, 고칼로리 영양식, 이유식 등이 필요합니다.

    식량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의약품입니다. 영양실조가 된 어린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감염입니다. 건강한 아이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전염병에도 영양실조에 걸린 아기는 맥없이 죽어갑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아로 사망하는 어린이의 약 60%는 감염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홍역에 걸리면 이런 어린이는 건강한 어린이 보다 사망률이 4배나 높습니다. 위장염이 걸려 설사를 하게되면 맥없이 죽어갑니다. 결핵에 걸리기가 쉽습니다. 호흡기 감염이 되면 쉽게 폐렴이 되어 죽습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패혈증이 되어 사망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감염을 치료를 위하여 항생제가 시급히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아기들은 설사로 인하여 죽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수분, 전해질을 공급해 주기 위하여 생리적 식염수, 링거씨 액, 포도당액, 같은 영양제 주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요즈음은 입으로 마시는 수액이 있어서 옛날보다는 치료하기가 쉽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구용 수액도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온 여러 가지 비타민 부족으로 올 수 있는 신체장애입니다.

    비타민 A부족으로 눈의 결막에 건조증이 와서 심하면 눈이 멀게됩니다. 비타민 D부족으로 구루병이 와서 뼈의 성장에 이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양실조가 있을 때에는 여러 가지 비타민이 복합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종합비타민을 공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전염병의 유행입니다. 특히 이북에서는 어린이들은 탁아소나 유아원에서 집단 생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어떤 전염병이 대대적으로 유행할 때에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생명을 한꺼번에 잃게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약의 공급도 필요합니다. 특히 홍역,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백일해 등의 기본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북에서도 예방접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중점을 두고 시행을 하였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원조를 한 것으로 추측되나 세계보건기구를 통해서 어떤 백신이 필요한지를 알아서 그것을 공급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밖에도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 주사기, 소독약, 붕대, 외과용 약품 등 여러 가지 소모품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지능적 장애

    북한이 제공한 통계를 분석한 미국 질병통계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 해 적어도 12만명 가량의 5세 이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의 5세 이하 사망률이 1994년에는 천명당 31명이던 것이 1996년에는 58명으로 2배가 가까이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생후 2년 미만 어린이의 심한 영양실조는 당장에 죽는 것을 면했다 할지라도 여러 가지 신체적, 지능적 결함을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어린 아기의 영양실조는 큰 어린이나 어른들의 경우와 달리 빨리 영양부족을 개선해 주어야 합니다.

    성장이 다 끝난 어른에 있어서는 매일 매일 소비되는 에너지만 공급하면 되지만 지금 한참 자라고 있는 어린 아기에게는 매일 소비되는 칼로리 이외에 성장발육을 위한 칼로리와 단백질의 보충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뇌조직은 임신으로부터 출생 후 2년동안에 성인의 약 80%가 자라게 됩니다. 그래서 생후 2-3년간은 뇌 발육을 위하여 대단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만일, 이 기간에 영양실조가 심하면 지능발육에 지장을 주어 후에 가서 영양을 잘 해 주더라도 지능이 떨어지고 행동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나는 1962년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가 주최하는 모자영양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이때 각국대표가 자기나라에서 문제되는 영양문제를 발표하였는데 소아에서의 주제는 어린이의 “영양실조”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이때 영국 런던대학 영양학 교수인 프랩고수가 이 문제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그는 돼지새끼에게 “영양실조” 상태를 만들어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였는데 이러한 동물은 뇌 세포의 변화를 일으켰으며 뇌파를 찍어보았더너 뇌성마비와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는 보고를 듣고 놀랍게 생각하였습니다.

    6․25동란후 우리나라의 많은 전쟁 고아가 홀트양자화를 통하여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습니다. 이들에 관심을 가진 미국의 영양학자가 2세 이후에 미국 가정에 입양된 240명의 어린이들중 입양 전 영양실조가 심하게 있었던 아이와 영양부족의 경하거나 없었던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가서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입양전에 영양부족이 심했던 어린이는 학교성적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골러 교수가 바베이도스섬에서 돐전에 영양실조가 있었던 어린이에 대하여 11세때 그 나라에서 시행하는 국가시험 성적을 영양실조가 없었던 학생과 비교하였던 바, 영양실조가 있었던 소아가 현저하게 성적이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터프트 대학의 기아 및 빈곤과 영양정책 연구소 소장인 부라운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 소아과의 폴리트교수는 소아 영양에 관한 다년간의 연구결과를 보고하면서 어린이의 영양실조를 막는 것은 윤리적인 견지에서 뿐만 아니라 경계적인 면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미국에서 교육비로 몇 십억불을 쓰고 있지만 어린이들이 어릴때의 영양실조로 인하여 취학전에 이미 지능에 결함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간다면 막대한 돈이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릴때의 영양 실조는 앞으로 그들을 교육하는데 지장을 주고 그들이 컸을 때의 생산능력을 떨어뜨리며 국가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상과 같이 어린이의 영양실조는 많은 어린이를 사망케할 뿐만 아니라 사망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남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언젠가는 통일을 이룩하여야 하는 한 민족으로서 그들의 건강에 결손을 남긴다면 결국 통일후의 우리민족 전체에 큰 손실을 초래할 것입니다.

    민족화해의 좋은 계기가 될 수도

    8․15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리민족은 냉전상태를 계속하면서 세계의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 동족 서로간의 불신과 증오의 장벽만 높이 쌓아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북한 동포들이 당하고 있는 고난을 바라보면서 우리 남한 국민들 사이에는 그동안 증오심으로 가득차 있던 마음속에 동포애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앞에 증오심이 안개 같이 걷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동포를 살리자고 하는테는 남녀 노소가 없고 각 종교의 종파의 차의를 넘어서 하나로 되어 나서고 있습니다. 8․15이 후 반세기 동안 지금같이 남쪽 동포들이 북쪽 동포를 생각하며 정성을 모아본 일은 없었습니다.

    종교인들은 물론이요 할머니들은 일생 끼고 있던 금반지를 내놓고 초등학교 학생들은 돼지 저금통을 털고, 감옥에 있는 학생은 영치금을 보내오고, 의료인들도 분주한 생활중에서도 함께 모여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의약품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990년이후 계속되는 경제침체, 2년간 연달아 흡쓴 대홍수, 그리고 50년만에 처음이라는 최악의 가뭄으로 야기된 극심한 북한의 식량난은 이북 동포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가 하기에 달려서는 반세기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았던 증오와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는데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남한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만 먹으며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힘없는 눈동자가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어린 생명들이 우리들의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다가 그대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들의 애원하는 눈동자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말고 시급히 그들을 도와야 하겠습니다.

    1997. 9. 23

머리말
그저 주어진 대로 산다
밀알 하나
들의 백합화를 보라
너의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
십자가의 길
병의 선용
죽음과 삶
향린의 태동과 초창기의 모습
초점을 가진 교회
내가 목마르다
그리스도와 함께 걸으며, 함께 싸우며 그리고 그리스도와 고난을 함께하는 교회
전쟁과의 전쟁
치료와 치유
지구의 암:인간
우리 몸의 지혜
마음의 고향
사랑의 날개
꿈에서나 그려보던 금강산
60년 만에 밟아보는 평양땅
6․25의 회상
미국의 패권주의와 아시아의 평화
시급히 북녘 어린이를 도웁시다
이라크 어린생명들의 비명
“일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세계
야만의 시대
안병무(安炳茂) 형을 먼저 보내면서
야성(野聲)과 안병무(安炳茂)
행동하는 양심 -인간 홍근수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면서
인의협의 반 세대를 회고하며
의대생의 방학동안의 농촌 활동
서울의대 소아과 전공의와의 대화
대한소아과학회의 초창기
낙엽과 더불어
장애(障碍)의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기쁨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준공에 즈음하여
60년에 되돌아보는 향린의 창립정신
교회라는 공동체
예수님이 계시는 곳
재일동포 인권을 위해 애썼던 이이누마 지로(飯沼 二郞) 교수의 서거를 애도하며
입춘대길(立春大吉)
본회퍼 -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는 신앙의 선배
박연폭포(朴淵瀑布)
김정애 권사를 생각하며
제주도 피난살이
늙어서 후회되는 일들
예수님과 신앙 선배의 임종
마음의 고향
너의 하느님은 어디 있느냐?
마음의 고향
교회라는 공동체
함께 걸어온 사람들
병과 치유
남은 이야기들
의사의 길을 걸으며
생명을 살리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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