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障碍)의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기쁨
  • 일본 기독교 장애자단체 협의회에서는 2000년 3월에 “기쁨의 생명” (출생전 진단을 중심으로) 라는 책을 출판하였다(일본 新敎出版社). 생명과학의 발달로 여러 가지 선천성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출생 전에 쉽게 진단을 부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장애아가 태어나는 것은 부담스럽고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태아를 간단히 유산시켜버리는 생명경시의 풍조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것을 인간사회의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하겠다.

    이 책 안에는 이러한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본인이나 가까운 가족들의 진술, 그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교사들의 증언, 또는 고인의 유고가 실려져 있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면 장애자는 불행하다는 단순한 생각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물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받아드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장애자나 그 가족들 자신은 세상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그렇게 불행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많다. 다마이(玉井)라는 대학 조교수가 다운증후군 아기를 가진 어머니 1200명에 대하여 자기가 그 어린이를 난 것에 대하여 후회하고 있는가를 설문조사로 물어 본 결과 80%이상이 그 어린이를 낳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지금도 그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 책을 편집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시마자끼 미쯔마사(島崎光正)씨는 자기 자신 선천적인 병인 이분척추(二分脊椎)를 가지고 태어난 장애자이었다. 그가 태여 난지 1개월밖에 안되어서 큐슈(九州)대학 내과의사였던 아버지가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하게 되자 갓난아기는 조부모에게 마껴저 그 슬하에서 자라게 되었다. 그가 타고 난 이분척추 때문에 3살이 되어서야 간신이 걸게 되고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학교를 다녔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업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발의 기형이 악화되어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일본 알프스 등산객에게 파는 토산물 인형을 만드는데서 일을 하였다. 학교도 못 다니게 되자 실의에 빠진 그는 마음을 달래는 겸 시작(詩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일제의 무모한 권력은 순수한 문학활동까지도 감시하여 시마자끼씨를 구속하였다. 그 후로 문학 친구들간의 교류도 끊기고 자기 나름대로 찾았던 문학의 길도 저지를 받았다. 이같이 정신적으로 공허한 상태에서 종전(終戰)을 맞이하면서 조부모까지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야말로 천애고독(天涯孤獨)한 지경에 빠졌다. 그때 최후의 구원을 간구하는 심정으로 초등학교 교장선생을 찾아갔더니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소개한 성서의 가르침을 받기 위하여 교회목사님을 찾아가 세례를 받게되었다. 이 때 나이 28세였다.

    그 후로 발의 정형외과 수술을 받기 위해 동경에 가서 수술을 받고 장애자 시설에 있는 동안 거기에서 보건부로 일하던 기누꼬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하였다. 기누꼬는 시마자끼씨의 시집을 보고 이런 분과 고통을 함께 하면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장애자인 시마자끼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이 때 시마자끼 45세, 기누꼬 37세 ).

    나에게는
    하느님
    당신은 나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 갔습니다.
    어머니도 빼앗아 갔습니다.
    동생들도 주시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다리의 자유까지 빼았았습니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겨우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전주(電柱)와 전주사이가 멀어서 빨리 갈 수가 없습니다.
    물건을 떨어 뜨려도 쉽게 주울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젖 냄새도 모름니다.
    어머니 손도 모름니다.
    나는 언제나 눈이 쌓인 벌판에 서 있었습니다.
    .............................................
    .............................................
    태어나서 30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지금 책상 위에 쌓인 노트를 펼쳐봅니다.
    여기에는 슬픔의 시가 묶여져 있습니다.
    하느님
    이것이 당신의 선물입니다.
    .............................................
    .............................................
    발 있는 사람이 멀리 여행간 동안에
    나는 더욱 쌓아 나갔습니다.
    아! 몇 성상(星霜)인가
    나의 시는 거문고처럼 울렸습니다.
    숲처럼 향기를 냈습니다. 고통은 수액(樹液)처럼 냄새를 발했습니다.
    하느님, 이것이 당신의 선물입니다.

    그 동안 그는 수없이 많은 시집을 내놓았다. 그의 시는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알려져서 1992년 4월에 YMCA에서 한국말로 번역된 그의 시집의 출판기념식이 있었다. (사진)

    그는 1997년 여름에는 독일의 본에서 개최된 “이분척추 국제 심포지음”에 참석하여 강연을 하였다.

    “이분척추만 아니라 어떤 장애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 갈려면 여러 모양으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의 77년 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만큼 하느님께서 어머니의 진통을 통해서 받은 생명의 존엄성은 지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제가 여러 분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고향의 집 뜰에서 아침 이슬에 젖은 장미와 만나는 그 즐거움이 그것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신체에 어떤 모양의 장애를 가지고 출생하였든 간에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재의 의미와 권리는 인류의 공동 책임으로서 확보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진정한 평화가 있습니다“

    그의 강연은 거기에 모였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시마자끼씨는 일본 기독교 공조회(共助會, 신앙 동지회)의 회원이었으며 나도 역시 일본 유학시절에 그 회의 회원이어서 그와 친교를 맺고 있어서 시집이 나올 때마다 한 권씩 보내주었다. 박형규 목사도 공조회에 가입하기 위하여 1999년 여름 공조회 수양회에 나와 함께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그 수양회에서 시마자끼씨는 저희를 반가이 맞아주었으며 저희 두 사람의 참석을 반기는 의미에서 “등불(燈)”이라는 제목으로 시 한 수를 지어서 저희에게 주기도 했다. (시집 “歸鄕”, 일본 敎文館, 2001, p 53).

    시마자끼씨는 2000년 11월에 뇌의 지주막하출혈로 81세에 소천하였다. 그는 말년에 이 “기쁨의 생명”을 출판하면서 우리 하나 하나의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둘도 없는 귀중한 존재이며 비록 장에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태어나기를 잘했다고 감사하게 되는 “기쁨의 생명”이라는 것을 그의 일생의 경험을 통하여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머리말
그저 주어진 대로 산다
밀알 하나
들의 백합화를 보라
너의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
십자가의 길
병의 선용
죽음과 삶
향린의 태동과 초창기의 모습
초점을 가진 교회
내가 목마르다
그리스도와 함께 걸으며, 함께 싸우며 그리고 그리스도와 고난을 함께하는 교회
전쟁과의 전쟁
치료와 치유
지구의 암:인간
우리 몸의 지혜
마음의 고향
사랑의 날개
꿈에서나 그려보던 금강산
60년 만에 밟아보는 평양땅
6․25의 회상
미국의 패권주의와 아시아의 평화
시급히 북녘 어린이를 도웁시다
이라크 어린생명들의 비명
“일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세계
야만의 시대
안병무(安炳茂) 형을 먼저 보내면서
야성(野聲)과 안병무(安炳茂)
행동하는 양심 -인간 홍근수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면서
인의협의 반 세대를 회고하며
의대생의 방학동안의 농촌 활동
서울의대 소아과 전공의와의 대화
대한소아과학회의 초창기
낙엽과 더불어
장애(障碍)의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기쁨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준공에 즈음하여
60년에 되돌아보는 향린의 창립정신
교회라는 공동체
예수님이 계시는 곳
재일동포 인권을 위해 애썼던 이이누마 지로(飯沼 二郞) 교수의 서거를 애도하며
입춘대길(立春大吉)
본회퍼 -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는 신앙의 선배
박연폭포(朴淵瀑布)
김정애 권사를 생각하며
제주도 피난살이
늙어서 후회되는 일들
예수님과 신앙 선배의 임종
마음의 고향
너의 하느님은 어디 있느냐?
마음의 고향
교회라는 공동체
함께 걸어온 사람들
병과 치유
남은 이야기들
의사의 길을 걸으며
생명을 살리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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