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뜻 깊은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준공을 축하하기 위하여 남북 멀리서 이곳을 방문하신 여러분! 참으로 반갑고 그리고 고맙습니다.
저는 2002년 2월에 “어린이영양증진센터” 설립에 관한 합의를 위하여 본 연구소를 방문하였다가 서울로 돌아가면서 노령인 제가 과연 “어린이영양증진센터”가 준공되는 것 까지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2년 여 만에 이곳에 다시 와서 이같이 훌륭한 “어린이병원”이 설립되어 곱게 단장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지금 자라고 있는 남북 어린이들은 장차 우리 민족의 통일시대를 이끌어 나갈 주역들이며 우리 겨레의 희망이며 보배입니다. 남과 북의 모든 어린이들이 다 같이 건강하고 총명하게 자라서 같은 키로 어깨동무하며 얼싸 안고 반갑게 만날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우리는 갈망하고 있습니다. 오늘 준공식을 올리게 된 이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은 바로 이 같은 우리 모두의 통일의 염원이 담긴 귀중한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의 신체 및 지능 발달에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양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영양이 어린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린이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심각한 것입니다. 영양이 부족할 때 신체 및 지능의 발달에 지장이 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의 여러 기능의 저항력이 떨어져 쉽게 합병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원초적으로 해결하려면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는 일이겠으나 우선 당장 시급한 문제는 중증 영양실조에 빠져 있는 어린이들을 중점적으로 치료해주며 이들이 설사나 폐렴이나 전염병 같은 합병증이 걸렸을 때 시급히 응급치료를 해줌으로써 우선 위기를 넘긴 후에 회복기 치료를 하여 점차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중증 영양실조와 그와 합병한 설사, 폐렴, 전염병 환자들에 대한 집중치료를 위해서는 그것을 위한 검사시설과 그 결과에 대응하여 신속히 대처해나갈 수 있는 훈련된 의료 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준공식을 갖는 이 병원의 일차적인 목적은 이러한 중증 영양실조와 그와 합병해서 일어나기 쉬운 설사, 전염병 등으로 위급한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해 주는 하나의 시범 센터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병원의 기능이 일단 자리가 잡히면 이 센터의 지도아래 다른 지역에도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필요하면 남쪽의 어느 사회단체와 자매결연을 매저 협력해나가는 방법도 강구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이 병원은 점차 다른 영양의 분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가 처음에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와 협력해서 이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에는 “어린이영양증진센터”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름이 시사하듯이 이 센터의 우선의 목적은 어린이의 중증 영양실조와 그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설사, 이차적 감염성 질환 등의 치료에 중점을 두지만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이 되면 점차로 이 밖의 소아의 영양문제로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양실조를 가졌던 어린이의 추적 관찰, 각종 영양결핍증의 역학 조사 및 예방, 더 나아가서는 어린이의 영양증진을 위한 식단 개발 등, 소아영양에 관한 임상적 연구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다른 기존 종합병원과 제휴해서 영양 문제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어린이병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큰 규모와 다양한 기능을 가진 병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북쪽 어린이들의 영양증진을 위하여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겠는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여러분들이 적절히 정하시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병원이 준공되기까지는 남쪽에서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교수 및 직원들의 자문, 이러한 취지에 협조하여 도와준 기업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많은 후원회원들의 애정 어린 후원의 손길이 함께 하였기에 비로써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북쪽에서는 이 병원의 건축을 위해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직원 여러분을 비롯하여 관련 기관이 아낌없는 협력과 노력을 기울려 주었습니다.
물론 이 병원은 하나의 시범 센터이므로 이 적은 병원 하나가 많은 어린이를 다 치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병원이 모델이 되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됨으로써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어린이어께동무는 이 사업을 위하여 최선을 다 하였습니다. 다만 하나의 민간단체이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어린이 병원이 잘 되어서 구체적으로 좋은 성과가 나타나면 우리에게 또 새로운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도 저희들은 이 병원의 발전을 위하여 계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내일(6월 15일)은 “6.15 공동선언” 4돌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이 선언이 하루 빨리 실천되어 남북 어린이가 함께 어깨동무하고 환희하는 그날이 어서 속히 오기를 바라면서 제 말씀을 끝마치겠습니다.
(2004.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