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 기절이다.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 된다.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서 부치는 습관이 있다. 옛날에는 풍물패와 함께 집들을 돌면서 한 해의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가 있었다. 어둡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는 행사이다. 농촌에서는 이때부터 농사준비가 시작된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의 길(吉)이라는 자는 길할 길, 또는 좋을 길(善也)이라는 자로 길(吉)이라는 글자의 어원을 보면 사(士, 선비사, 훌륭한 사람) 아래에 구(口, 말)이라는 자가 합해서 된 글자로 훌륭한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가 다 훌륭하다는 의미도 된다. 좋은 일이 많이 있으라고 할 때 그 좋은 일의 의미는 그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이나 재물이나 명예 같은 것을 생각한다. 그런데 입춘이나 대보름 전야에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일을 하나라도 해야 한다는 적선공덕의 민속도 있다.
상여가 나갈 때 선두에서 부르는 향도가(香徒歌)에는 다음 같은 대목이 나온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念佛功德)하였는가
한 사람이 죽어나갈 때에 그에게 묻는 질문은 돈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는가,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이웃에게 베풀었는가 하는 것이다.
성서에도 최후의 심판에서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이 사람들 중에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임금은 말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입춘을 마지하면서 이 향도가에 나오는 노랫가락이 귀에 들려오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