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20세기 의료인물-홍창의 (중앙일보, 199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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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20세기 의료인물 - 홍창의 교수

    ‘의사의 사회적 책임’역설 - 87년 人醫協 창설 주도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은 그다지 곱지 않다. 선진국에 비해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무에 소홀했던 것이 결정적 이유다.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이익단체의 하나로 인식될 뿐이다.

    그러나 인도주의실천운동의사협의회(인의협)란 이름 앞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대의대 홍창의(洪彰義·76) 명예교수는 인의협의 정신적 지주다. 87년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소장파 의사들이 모여 인의협을 결성할 때 의학계 원로로서 산파역할을 맡았을뿐 아니라 현재 인의협을 대표하는 이사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인의협은 88년 상봉동 진폐증사건, 수은중독 문송면군사건을 비롯해 최근 외국인과 노숙자 진료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사회참여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북한어린이돕기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황해도 황주출신의 실향민인 그는 97년기아로 인한 북한어린이들의 참상을 알리고 이들에게 의약품을 보내는 운동을 전개했다.

    한평생 지속돼온 그의 사회활동은 독실한 기독교 정신에서 비롯된다. 53년 향린교회 창립멤버였으며 한국기독의사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후학들에게 ‘병만 고치는 소의(小醫)보다 사회를 고치는 대의(大醫)가 돼달라’고 역설했다.

    소아심장학의 대가로서 쌓은 학문적 업적도 빼놓을 수 없다. 55년 미국 미네소타의대에서 2년동안 연수후 귀국해 심도자법을 비롯한 선천성심장병의 진단법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했다. 심실중격결손증등 국내 어린이에게 가장 흔한 기형질환인 선천성심장병의 정확한 진단이 그를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 것.

    의학교육발전에 기여한 것도 그의 공로다. 54년 서울대의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80년 서울대병원장, 82년 서울대보건대학원장에 이르기까지 교육자로서 의학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까지 생소했던 가정의학과의 창설이 대표적 사례. 79년 단과위주 전문의 교육을 고집하던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차진료의 중요성을 역설, 국내최초로 대학병원에 가정의학교실을 만들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1만여명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배출돼 1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서울대병원에 어린이들을 따로 전문진료하는 소아병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외국어 일색이던 소아과 교과서 대신 93년 국내 연구자료를 모아 한글판 교과서인 ‘소아과학’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 진료일선에서 물러나 소아과교과서 개정판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1973.10.25
1999.12.29
200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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