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어느덧 88세가 되었다. 88년이라면 상당히 긴 세월인데도 지나고 나니 어제 하루같이 느껴진다.
‘당신 앞에서는 천년도 하루와 같아 지나간 어제 같고 깨어있는 밤과 같사오니 당신이 흽쓸어 가시면 인생은 한 바탕 꿈이요 아침에 돋아나는 풀잎이옵니다. 아침에는 싱싱하게 피었다가도 저녁에는 시들어 마르는 풀잎입니다’ (시편 90편 4-6)
1988년 8월에 65세로 서울대학교를 정년퇴임하면서 그 때까지의 글을 모아서 ‘석천 수상(石泉隨想)’을 발간하였고 그 후 5년이 지나 70세에 울산의대를 퇴임하면서 1993년 12월에 ‘낙엽(落葉)’ 이라는 수필집을 펴냈다.
그 후로 써놓은 것도 별로 없지만 떨어진 이삭을 주서모아 ‘마음의 고향’ 이라는 이름으로 엮어 보았다.
나에게는 두 가지 고향이 있다. 하나는 북쪽에 두고 온 마음의 고향인데 내 생전에 다시 돌아가 볼 희망은 거의 없다. 또 하나는 예수님이 계신 마음의 고향이다. 이 두 고향을 다 그리워하며 이 보잘것없는 글을 친지와 후배들에게 바치는 바이다.
201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