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목표는 그 교회가 처해있는 시간과 공간속에서 주어진 구체적인 사명을 다하는데 있겠습니다.
향린 교회가 창설 때부터 생각한 것은 우리 향린 교회는 서울 시내에 산재하고 있는 많은 지역 교회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이 세대에 꼭 있어야만 할 하나의 귀감이 되는 교회가 되어야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작지만 하나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할 일은 이것저것 구색을 갖추어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교회가 맞추어야 할 초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우선 생각해 보겠습니다.
민중이 압박을 받고 독재가 난무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땅에 구현하는 일에 우선 초점을 맞추어야 될 것 같습니다. 빛으로서 참과 거짓을 구별해서 나타나게 하는 일입니다. 민주주의가 잘 실천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것이 중요한 초점이 되지는 않겠지요.
지난 37주년 창립 기념 예배 때에 안병무 선생이 “민중의 기(氣)를 죽이고 압살하려는 악의 세력에 저항하는 것이 향린 교회의 존재의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만은 “정의구현”, 이것은 우리 교회와 중요한 촛점의 하나가 되어야겠습니다.
향린교회는 처음에 입체적인 교회를 지향했습니다. 사회를 향해서 흩어져서 입체적으로 사회에 접근해 나가는 교회로서 출발을 했습니다. Diaspora적인 교회, 사회를 향해서 흩어지는 교회,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있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 주일 하루 교회 문을 열어 예배드리고 일주일은 닫아두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항상 문이 열려져 있는 교회, 이것이 처음의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 교회가 명동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목적에 부합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교회는 이것저것 구색을 맞춘 백화점과 같은 교회가 아닙니다. 롯데 백화점 같이 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화려한 교화는 서울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그와는 반대로 교인들이 무엇인가 한 가지 목적을 향해서 1주일 동안 집중해서 살다가 다시 모여서 급유(給油)를 받아 가지고 세상을 향해서 나가는 주유소의 역할을 하는 교회입니다.
또한 우리 교회는 45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분단의 상처를 안고 평화를 원하면서도 냉전 속에서 신음하며 통일을 갈망하는 민족 속에 처해있는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할 때 우리의 또 하나의 초점은 평화,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니러니칼하게도 한국의 많은 교회가 반공의 이데올로기를 기독교의 진리보다 더 우선적으로 내세움으로써, 사실상 이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본훼퍼가 말한 것 같이 교회의 적은 교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 안에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우리 기독교 안에 이러한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세력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우리의 촛점으로 생각할 때 우리 교회에 모여드는 교인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언제나 고난과 핍박이 앞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좁은 길이요. 험난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화에 앞장선 교회들에서는 얼마나 교인들이 적은가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안병무 선생이 20주년 기념 좌담회 때 “교회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강연에서 “세상과 발맞추기 위해서 교회가 타협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교회의 모습은 지켜야 한다” 는 말을 다시금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는 고인이 적은 것에 너무 신경을 써서는 안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가 이 땅에서 정의, 평화, 통일에 촛점을 맞출 때 우리 교회는 적은 무리가 모일 수밖에 없는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어떤 변호사를 만나서 “향린 교회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 변호사가 말하기틀 “왜 모르겠습니까, 명동 성당에 갔다가 들어갈 수 없을 때에는 향린 교회 밖에 갈 데가 어디 있습니까” 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재개발로 혹시 교회를 옮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있었을 적에, 교회 안에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재개발로 교회가 불가피하게 이동해야 될 경우가 아니면 현재 장소에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재개발로 교회의 이동이 불가피할 때는 되도록 현재 교회에서 가까운 장소를 우선적으로 택한다. 이 지역이 재개발이 되어서 여기에 큰 건물이 들어설 때 한 가지 방법은 새로 짓는 건물 안에 교회장소를 얻어가지고 거기에 들어가는 방법. 그것이 안 된다면 지금 우리 교회와 제일 가까운 장소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륵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재개발이라는 문제는 요원하고 당분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오랫동안 이대로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에 지금 우리 교회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중심지인 명동에 자리잡고 있고 또한 고인의 수를 볼 때에 그렇게 헙소한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므로 재개발로 인해서 딴 곳으로 가야할 형편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우리가 처해있는 이 공간을 정리해서 무리 교회의 활동에 알 맞는 환경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재개발지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건물을 개축할 수는 없어도 교회 안에 구간을 정리하고 칸을 막고 재정비해서 효과적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예배 환경을 좀더 조용하게 하는 작업을 해야겠습니다. 교회 안에 들리는 소음이라든지, 어지러운 환경은 고쳐서 모임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대내적으로 참된 신앙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 들어오는 젊은 교우들로 하여금 그리스도교의 참 진리를 그들 마음속에 심어주기 위하여 성서 연구에 집중해야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다음으로 대학생, 청년을 위한 여러 가지 사상 강좌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대외적으로도 우리 교계를 향한 여러 가지 무게 있는 강좌를 자주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맹목적인 반공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냉전과 분단을 부추기고 우리 민족의 평화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극단적인 생각을 일깨우기 위하여 우리 교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위하여 무게 있는 강좌와 내용 있는 문서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주일 발행하는 향린 강단도 이러한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설교 내용을 되도록 많은 교회로 보내서 참다운 하느님의 말씀을 널리 전하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1977. 6. 10 목회 간담회에서)